바짝 붙어서다
김사인
굽은 허리가
신문지를 모으고 빈 상자를 접어 묶는다
몸뻬는 졸아든 팔순을 담기에 많이 헐겁다
승용차가 골목 안으로 들어오자
바짝 벽에 붙어선다
유일한 혈육인양 작은 밀차를 꼭 잡고
저 고독한 바짝 붙어서기
더러운 시멘트 벽에 거미처럼
수조 바닥의 늙은 가오리처럼 회색벽에
낮고 낮은 저 바짝 붙어서기
차가 지나고 나면
구겨졌던 종이같이 할머니는
천천히 다시 펴진다
밀차의 바퀴 두 개가
어린 염소처럼 발꿈치를 졸졸 따라간다
늦은 밤 그 방에 켜질 헌 삼성테레비를 생각하면
기운 싱크대와 냄비들
그 앞에 서있을 굽은 허리를 생각하면
목이 메인다
방 한 구석 힘주어 꼭 짜 놓았을 걸레를 생각하면
- 『문학사상』2007년 2월호
* 시작노트 : 어떤 언술, 어떤 형언이 감히 부끄러움을 면할 수 있겠는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저 풀 하나 앞에서 돌 하나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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