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옻나무

김욱진 2011. 8. 19. 21:35

                                           옻나무


 

너는 

수줍어하는 나의 사타구니에

불 질러놓고 달아난 방화범 아니더냐                         

공소시효가 지난 지 수 십년이 흘렀다만    

너는 아직도 나의 수사선상에 있다

한 때, 비슬산 속으로 숨어들어 

붉나무 행세하며 돌아다닌다는 풍문에

사기죄로 긴급 체포하려고도 마음먹었지

그러고 가만 생각해보니     

관에 옻칠하며 산다는

너의 검은 손아귀에       

내가 먼저 붙잡혀갈 것 같은

예감이 자꾸 들어

널 밖에서

널, 불기소 처분하련다        

 

 

      (2011 시인정신 가을호)

 

'♧...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팡이 2  (0) 2011.08.19
신 금수회의록  (0) 2011.08.19
거가대교  (0) 2011.08.19
낙동강  (0) 2011.08.19
강물, 울고 있다  (0) 2011.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