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나무
너는
수줍어하는 나의 사타구니에
불 질러놓고 달아난 방화범 아니더냐
공소시효가 지난 지 수 십년이 흘렀다만
너는 아직도 나의 수사선상에 있다
한 때, 비슬산 속으로 숨어들어
붉나무 행세하며 돌아다닌다는 풍문에
사기죄로 긴급 체포하려고도 마음먹었지
그러고 가만 생각해보니
관에 옻칠하며 산다는
너의 검은 손아귀에
내가 먼저 붙잡혀갈 것 같은
예감이 자꾸 들어
널 밖에서
널, 불기소 처분하련다
(2011 시인정신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