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금수회의록
계엄 내려진 세상 한 구석에서
소 돼지 닭 오리 새들이 모여앉아 긴급회의를 한다
여태 우리는 우바새 우바니들을 너무 믿고 살았소
저들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찍어대며
그도 모자라
우리끼리 나눈 시시콜콜한 얘기조차
동물 보호라는 미명하에 도청하고 해독하며
목줄을 죄어오고 있소
이제 우리는
저들의 만행을 폭로하기 위해
이승저승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저마다 숨겨둔
비상버튼을 눌러야 할 참이오
우리들의 살처분장이 성지로 되는 그날까지
오늘의 이 회의록은
누구에게도 공개해서는 안 될 일이요
우리만이 통하는 감퓨터 속에 영원히 저장될 것이오
내 꿈속으로 전송된 금수회의록
파일이 날아갈까 눈을 뜨지도 못하고
(2011 시인정신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