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하는 노파
한세정
태양이 맨질한 마당에
그림자를 널어놓는다
빛바랜 칫솔을 물고
노파는 주름진 입술을 오물거린다
거품을 문 입술은 지느러미보다 유연하다
칫솔이 움직일 때마다
헐렁한 소맷자락의 꽃들이 간들거린다
노파와 칫솔이 만드는 각도에 맞춰
마당 안의 사물들이 일제히 몸을 흔든다
마른 손등에 검버섯이 피어오르고
담 밑의 꽃봉오리가 조금씩 입을 벌린다
제 키를 훌쩍 넘는 그림자를 발끝에 달고
한 무리의 아이들이 달려나간다
양은대야 가득 경쾌하게
구름이 흘러간다
오래전 지붕 위로 던진 치아들이
뭉게뭉게 떠 간다
출처 : 달성문인협회
글쓴이 : 문소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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