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스크랩] 양치하는 노파/한세정

김욱진 2011. 12. 2. 08:28

양치하는 노파

 

                            한세정

 

 

   태양이 맨질한 마당에

   그림자를 널어놓는다

   빛바랜 칫솔을 물고

   노파는 주름진 입술을 오물거린다

   거품을 문 입술은 지느러미보다 유연하다

   칫솔이 움직일 때마다

   헐렁한 소맷자락의 꽃들이 간들거린다

   노파와 칫솔이 만드는 각도에 맞춰

   마당 안의 사물들이 일제히 몸을 흔든다

   마른 손등에 검버섯이 피어오르고

   담 밑의 꽃봉오리가 조금씩 입을 벌린다

   제 키를 훌쩍 넘는 그림자를 발끝에 달고

   한 무리의 아이들이 달려나간다

   양은대야 가득 경쾌하게

   구름이 흘러간다

   오래전 지붕 위로 던진 치아들이

   뭉게뭉게 떠 간다

 

출처 : 달성문인협회
글쓴이 : 문소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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