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벽, 멈추어 서 버린 그 곳/오남구

김욱진 2011. 11. 22. 08:47

 

벽, 멈추어 서 버린 그 곳

                           -하관*

 

 오남구 (1946~2010)

   

 

차마 헤어질 수가 없다.

눈길 꽃상여를 따라가다 따라가다

멈추어 서 버린

그 곳, -싸르륵

 

첫 흙을 던지는 캄캄한 일순

벽이 보인다.

이승과 저승 사이의 냉정한

벽, -싸르륵! 싸륵! 싸륵!

 

덮는 핏빛 흙

덮는 눈발

삭풍 소리 억새칼잎 소리 소리란 소리

세상의 차가운 것들

덮어서 쌓여서 솟은

이쁘게 만들어서 더 슬픈 봉분

새삼 보는 벽이다. 벽

 

더는 따라갈 수가 없고 멈추어

서 버린 그 곳, -싸륵! 싸륵!

간 발자국을 되밟아서 오는 우리

흰옷 머리 숙여 눈 쌓이고

말들 잃은 채

눈 위에 그린 한 폭 수묵화다.

 

      * 하관 : 모친의 하관식

 

 

 

-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게재 작품 (지학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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