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멈추어 서 버린 그 곳
-하관*
오남구 (1946~2010)
차마 헤어질 수가 없다.
눈길 꽃상여를 따라가다 따라가다
멈추어 서 버린
그 곳, -싸르륵
첫 흙을 던지는 캄캄한 일순
벽이 보인다.
이승과 저승 사이의 냉정한
벽, -싸르륵! 싸륵! 싸륵!
덮는 핏빛 흙
덮는 눈발
삭풍 소리 억새칼잎 소리 소리란 소리
세상의 차가운 것들
덮어서 쌓여서 솟은
이쁘게 만들어서 더 슬픈 봉분
새삼 보는 벽이다. 벽
더는 따라갈 수가 없고 멈추어
서 버린 그 곳, -싸륵! 싸륵!
간 발자국을 되밟아서 오는 우리
흰옷 머리 숙여 눈 쌓이고
말들 잃은 채
눈 위에 그린 한 폭 수묵화다.
* 하관 : 모친의 하관식
-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게재 작품 (지학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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