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타작
정약용
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뿌옇고
큰 사발에 보리밥, 높기가 한 자로세.
밥 먹자 도리깨 잡고 마당에 나서니
검게 탄 두 어깨 햇볕 받아 번쩍이네.
응헤야 소리 내며 발맞추어 두드리니
삽시간에 보리 낟알 온 마당에 가득하네.
주고받는 노랫가락 점점 높아지는데
보이느니 지붕 위에 보리티끌뿐이로다.
그 기색 살펴보니 즐겁기 짝이 없어
마음이 몸의 노예 되지 않았네.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닌데
무엇하러 벼슬길에 헤매고 있으리오.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거울 /이성선 (0) | 2011.12.01 |
---|---|
벽, 멈추어 서 버린 그 곳/오남구 (0) | 2011.11.22 |
점심, 후회스러운/정일근 (0) | 2011.11.15 |
동물원의 오후/조지훈 (0) | 2011.11.15 |
침엽수 지대/김명수 (0) | 2011.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