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보리타작/정약용

김욱진 2011. 11. 15. 11:42

      보리타작

          정약용

 

 

 

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뿌옇고

큰 사발에 보리밥, 높기가 한 자로세.

밥 먹자 도리깨 잡고 마당에 나서니

검게 탄 두 어깨 햇볕 받아 번쩍이네.

응헤야 소리 내며 발맞추어 두드리니

삽시간에 보리 낟알 온 마당에 가득하네.

주고받는 노랫가락 점점 높아지는데

보이느니 지붕 위에 보리티끌뿐이로다.

그 기색 살펴보니 즐겁기 짝이 없어

마음이 몸의 노예 되지 않았네.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닌데

무엇하러 벼슬길에 헤매고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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