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우리들의 귀로/김혜숙

김욱진 2011. 12. 16. 09:39

      우리들의 귀로

                                            김혜숙

 

 

속눈썹 위에 내려앉은 먼지의 무게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눈 감고 실려 가는 입석 버스

 

촉수 낮은 불빛에 여윈 볼을 드러내고

부끄러워 빈손은

모두 다 주머니에 감추고

끓어오르는 시장기에 차멀미를 하면서,

차멀리를 하면서

입을 막고

입을 막고 시외로만 밀려나는 사람들

 

건널목마다

네거리마다

빼놓지 않고 모조리 신호등에 걸려가며

한참씩 또 우물거리다

겨우 벗어나는 도심가

포장 안 된 길을 달리며

 

포장 안 된 길을 달리며

눈 감은 사람들, 입 다문 사람들을

낡은 버스는

제 마음대로 흔들어 대며 낄낄거린다

 

지금

라디오에선

음성 좋은 아나운서가

유명 인사들을 초대하여

마냥 저희들끼리만 즐겁다

 

하늘에서 내리는 달빛도

별빛도 아직은 많이 인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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