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귀로
김혜숙
속눈썹 위에 내려앉은 먼지의 무게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눈 감고 실려 가는 입석 버스
촉수 낮은 불빛에 여윈 볼을 드러내고
부끄러워 빈손은
모두 다 주머니에 감추고
끓어오르는 시장기에 차멀미를 하면서,
차멀리를 하면서
입을 막고
입을 막고 시외로만 밀려나는 사람들
건널목마다
네거리마다
빼놓지 않고 모조리 신호등에 걸려가며
한참씩 또 우물거리다
겨우 벗어나는 도심가
포장 안 된 길을 달리며
포장 안 된 길을 달리며
눈 감은 사람들, 입 다문 사람들을
낡은 버스는
제 마음대로 흔들어 대며 낄낄거린다
지금
라디오에선
음성 좋은 아나운서가
유명 인사들을 초대하여
마냥 저희들끼리만 즐겁다
하늘에서 내리는 달빛도
별빛도 아직은 많이 인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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