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골목에서는
박재삼
골목골목이 바다를 향해 머리칼 같은 달빛을 빗어내고 있었다.
아니, 달이 바로 얼기빗이었었다. 흥부의 사립문을 통하여서
골목을 빠져서 꿈꾸는 숨결들이 바다로 간다. 그 정도로 알거라.
사람이 죽으면 물이 되고 안개가 되고 비가 되고 바다에나
가는 것이 아닌 것가. 우리의 골목 속의 사는 일 중에는 눈물
흘리는 일이 그야말로 많고도 옳은 일쯤 되리라. 그 눈물 흘리는
일을 저승같이 잊어버린 한밤중, 참말로 참말로 우리의 가난한
숨소리는 달이 하는 빗질에 빗어져, 눈물 고인 한 바다의 반짝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