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섬에서
에누리한 배 삯으로 새우깡을 샀다
할머니를 화장했을 때처럼 한 움큼씩 뿌린다
서러운 한 생이 목주름 같은 파도를 타며 눈을 뜬다
나물죽으로 채운 뱃속이 출렁거리는 해거름
행랑채에서 콜록콜록 손자를 부르신다
입에 쏙 넣어준 곶감 한 개 날름 삼키는데
끼룩끼룩 머리맡을 도는 저 걸신들을 보라
산다는 것 배를 채우는 일이다
깡마른 할머니 먹잇감 찾아 발품 떠나신다
푸른 치마 펄럭이며 멀어져 간다
섬을 돌아 나오는 유람선은
할머니 기침을 지우고
동백기름으로 빗어 넘긴 머릿결을 지운다
뱃전을 따라 붙는
통곡, 골호骨壺에 가득 찬다
(사람의 문학 2012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