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스크랩] “응” / 문정희

김욱진 2012. 12. 9. 09:20

“응” / 문정희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文字)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문정희 시인>

*1947년 전라남도 보성에서 출생.

*동국대 국문과와 同 대학원 졸업.

*서울여대 신학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 받음.

*1969년 《월간문학》신인상 당선을 통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찔레』, 『아우내의 새』, 『남자를 위하여』를 비롯하여

*한국 대표시인 100인 시선집 『어린 사랑에게』과

*시극집 『도미』등 다수 있음.

*'현대문학상'과 '소월시문학상'을 수상.

*현재 동국대 문예창작과 겸임 교수로 재직 中.

[해설]
너와 내가 ‘ㅇ’과 ‘ㅇ’으로 만나서, ‘ㅇ’과 ‘ㅇ’이 서로를 당겨 포개는 그 타이밍에 솟아오르는 일출의 말. “응”! 감히 그 말의 속살을 드러냈으나, 오호! 참 천연덕스럽다. 고해상도(?)의 돋보기를 들고 다니며 꽃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 취미인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꽃 속에 놀라운 균형이 있다고 개양귀비꽃 앞에서 웃었다. 균형은 타이밍이다. 일어난 것이고, 사라진다. 모든 순간은 미완이자 완성이고, 완성이자 미완이다. 그 어름에서 진리를 보는 사람이 있고, 신을 보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랑의 시인은 거기서 “응”을 발견했다. 그리고 ‘ㅇ’과 ‘ㅇ’ 사이에 수평선을 놓음으로써 그 섭리를 보존했다.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문정희 시인은 내가 좋아하는 시인중 한사랍이다 한국여류 원로시인이며 서정주시인의 수제자이기도하다.나는 문이다라는 싲ㅂ에서

문정희 시인의 솔직 대담하면서도 경쾌하고 재미나는 시다. “응”은 사람이 세상 밖으로 나와서 가장 먼저 구사하는 긍정의 모국어이다. 갓난아기의 옹알이 단계에서부터 사용하는 원초적이면서 본능적인 생존언어라 할 수 있다. 굳이 배우지 않아도 엄마뱃속에서부터 익혀 서 나온 말이다. 입술을 달싹이지 않고도 가슴에서 뿜어내기만 하면 되는 말이다. “응?”하고 한음절로 물을 때 “응!”하고 한음절로 대답하면 만사형통이다. *내가 좋아하는 낱말이기도하다.

 

출처 : 월암 문학카페
글쓴이 : 월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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