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 김사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였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김사인 시인, 대학 교수 >
- 출생 :1956년 충북 보은군
- 데뷔 :1982년 동인지 시와 경제 창간동인 참여
- 학력 :고려대학교 대학원 석사
- 서울대학교 국문과
*1996 ~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국장 - 데뷔 :1982년 동인지 시와 경제 창간동인 참여
-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 2006 제14회 대산문학상 시부문수상
- 2005 제50회 현대문학상 시부문수상
- 1987 제6회 신동엽창작기금 수상
*수상
[해설]
이만큼 낮게 엎드려 몸에게 말을 걸어본 적이 있었던가, 마음에게. 모든 것 드러난 그대로 몸에게 마음을 열고 처연히 한 채의 거울이 되어 누워 본 적이 있었던가. 바닥에 누인 몸을 바닥에 누인 마음에 비춰 본 적 있었던가. 애초에 몸도 마음도 넝마인데, 애써 포장하며 우격다짐으로 닦아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 몸에게, 마음에게 가장 미안한 때가 있다.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출처 : 월암 문학카페
글쓴이 : 월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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