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 / 고 은
외삼촌은 나를 자전거에 태우고 갔다
어이할 수 없어라
나의 절반은 이미 외삼촌이었다
가다가
내 발이 바큇살에 걸려서 다쳤다
신풍리 주재소 앞에서 옥도정기 얻어 발랐다
외삼촌은 달리며 말했다
머슴애가 멀리 갈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상해에 갔다가
북경에 갔다가
만주 지지하루로 갈 것이다
그 다음은
남으로 남으로 바다 건너
야자수 우거진 자바에 갈 것이다
이런 답답한 데서
어떻게 한평생 산단 말이냐
갈 것이다
갈 것이다
나중에 너도 데려다 함께 살 것이다
외삼촌은 자전거를 더 빨리 내몰았다
나는 쌩쌩 바람에 막혀 숨이 막혔다
나의 절반은 외삼촌이었다
스치는 십리길 전봇대여 산의 무덤들이여
그 뒤 세세년년 북국 5천 킬로 무소식의 외삼촌이여
< 고은(고은태)시인>
- 출 생 : 1933년 8월 1일
- 출생지 : 전북 군산시
- 데 뷔 : 1958년 현대문학 '눈길'
- 학 력 : 군산고등학교 중퇴
- 출생지 : 전북 군산시
출처 : 월암 문학카페
글쓴이 : 월암 원글보기
메모 :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놀랜 강/공광규 (0) | 2012.12.09 |
---|---|
[스크랩] 빈곳 / 배한봉 (0) | 2012.12.09 |
[스크랩] 새 / 손택수 (0) | 2012.12.09 |
[스크랩] 가을 / 김현승 (0) | 2012.12.09 |
[스크랩] 그립다는 것은 / 이정하 (0) | 2012.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