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스크랩] 외삼촌 / 고 은

김욱진 2012. 12. 9. 09:44

 

 

외삼촌 / 고 은

 

외삼촌은 나를 자전거에 태우고 갔다

어이할 수 없어라

나의 절반은 이미 외삼촌이었다

가다가

내 발이 바큇살에 걸려서 다쳤다

신풍리 주재소 앞에서 옥도정기 얻어 발랐다

외삼촌은 달리며 말했다

머슴애가 멀리 갈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상해에 갔다가

북경에 갔다가

만주 지지하루로 갈 것이다

그 다음은

남으로 남으로 바다 건너

야자수 우거진 자바에 갈 것이다

이런 답답한 데서

어떻게 한평생 산단 말이냐

갈 것이다

갈 것이다

나중에 너도 데려다 함께 살 것이다

외삼촌은 자전거를 더 빨리 내몰았다

나는 쌩쌩 바람에 막혀 숨이 막혔다

나의 절반은 외삼촌이었다

스치는 십리길 전봇대여 산의 무덤들이여

그 뒤 세세년년 북국 5천 킬로 무소식의 외삼촌이여

 

< 고은(고은태)시인>

출 생 : 1933년 8월 1일
출생지 : 전북 군산시
데 뷔 : 1958년 현대문학 '눈길'
학 력 : 군산고등학교 중퇴

 

출처 : 월암 문학카페
글쓴이 : 월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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