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다리기
-88회총동창회
펄럭이는 교기조차 숨죽인 본부석 앞
한 뱃속을 나온 팔팔한 탯줄 꿈틀꿈틀
등꽃 뒤적이던 바람 꼬셔 촘촘 얽혀 있다
캬아! 술맛 죽이고 술술 잘도 넘어간다
배배꼬며 살아온 자네도 한잔해봐
사는 일이 꼬이고 풀리는 것 아니더냐
끌려갔다 끌려오는 일 아니더냐
영차! 영차! 영식이 영차 비틀거리는 줄,
납작하게 항복하는 줄 좀 봐라
늘어지는 꼴 좋다
갈팡질팡 손바닥에 침 한번 뱉었는데
퍼마신 낮술에 팍 고꾸라져 힘을 못 쓴다
불알 요롱소리 나도록
팽팽하게 맞짱 뜨고 싶었는데
화야, 진이, 연이, 정이의
출렁출렁 용트림 치는 자궁도
오월 바람 따라 줄행랑친다
만취한 탯줄 질펀하게 누워 있다
(2013 문경문학 사화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