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줄다리기

김욱진 2013. 6. 13. 20:45

 

               줄다리기

               -88회총동창회





펄럭이는 교기조차 숨죽인 본부석 앞

한 뱃속을 나온 팔팔한 탯줄 꿈틀꿈틀

등꽃 뒤적이던 바람 꼬셔 촘촘 얽혀 있다

캬아! 술맛 죽이고 술술 잘도 넘어간다

배배꼬며 살아온 자네도 한잔해봐

사는 일이 꼬이고 풀리는 것 아니더냐

끌려갔다 끌려오는 일 아니더냐

영차! 영차! 영식이 영차 비틀거리는 줄,

납작하게 항복하는 줄 좀 봐라

늘어지는 꼴 좋다

갈팡질팡 손바닥에 침 한번 뱉었는데

퍼마신 낮술에 팍 고꾸라져 힘을 못 쓴다

불알 요롱소리 나도록

팽팽하게 맞짱 뜨고 싶었는데

화야, 진이, 연이, 정이의

출렁출렁 용트림 치는 자궁도

오월 바람 따라 줄행랑친다

만취한 탯줄 질펀하게 누워 있다

 

     (2013 문경문학 사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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