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진 밤송이
봄여름 밤마다
핵분열이 시작되었겠다
설익었던 밤
송이송이 자궁이 벌어진다
핵가족화 열풍이 분다
여태 주먹만한 단칸방에서
몸 한번 돌아눕지 못하고
가시기둥 세워 바람막이하며 산
밤송이 가족
갑작스레 떠나보낸 자식놈들 생각하면
지어미 가슴 움푹 다 패였겠다
알갱이 쏙쏙 빠져나간 마을 한 복판엔
까치가 지어놓은 노인정 하나 덩그러니 보일 뿐
외톨이가 되어버린 죽정이들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손꼽아 기다리는 자식은 오간데 없고
텅텅 빈 집 앞 골목길로
수런거리며 오가는 갈바람만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인다
(2013 문장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