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벌어진 밤송이

김욱진 2013. 10. 24. 08:26

                                 벌어진 밤송이 

  

 

봄여름 밤마다

핵분열이 시작되었겠다

설익었던 밤

송이송이 자궁이 벌어진다

핵가족화 열풍이 분다

여태 주먹만한 단칸방에서

몸 한번 돌아눕지 못하고

가시기둥 세워 바람막이하며 산

밤송이 가족

갑작스레 떠나보낸 자식놈들 생각하면 

지어미 가슴 움푹 다 패였겠다

알갱이 쏙쏙 빠져나간 마을 한 복판엔

까치가 지어놓은 노인정 하나 덩그러니 보일 뿐

외톨이가 되어버린 죽정이들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손꼽아 기다리는 자식은 오간데 없고    

텅텅 빈 집 앞 골목길로 

수런거리며 오가는 갈바람만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인다 

 

        (2013 문장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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