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내게는 집이 여러 채 있다
그중에 으뜸은
우주宇宙 한 모퉁이 분양받은 몸집
제일 꼭대기 층엔 골방 둘
그 아래층은
초능력 통신망 닥지닥지 붙은 방 다섯
거기서 숨 한번 길게 들이쉬고 내려서면
마주 보고 마음 나누는 방이 둘
그 아래 밥집 한 채 또 그 아랜 똥집
맨 아래층엔 몸종 거처하는 행랑채 둘
휘, 돌아보니
여태 내가 줄곧 거처한 곳은
오감五感 가득 채워진 빈 방
그 사이
아랫목 구둘 꽉 막혔다
설마, 장작불 활활 지펴대면
막힌 구둘 펑 뚫리겠지, 싶어
행랑채 뒤로 돌아들어가
굴뚝 쿡쿡 들쑤시며
간신히 고개 밀어 넣고
슥, 올려다보니
방마다 주인 노릇하던 놈들
뿔뿔이 다 도망치고,
없다
(2013문학사상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