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빈집

김욱진 2013. 12. 8. 20:23

                                          빈집

 

 

 

내게는 집이 여러 채 있다

그중에 으뜸은

우주宇宙 한 모퉁이 분양받은 몸집

    

제일 꼭대기 층엔 골방 둘

그 아래층은     

초능력 통신망 닥지닥지 붙은 방 다섯

거기서 숨 한번 길게 들이쉬고 내려서면

마주 보고 마음 나누는 방이 둘

그 아래 밥집 한 채 또 그 아랜 똥집

맨 아래층엔 몸종 거처하는 행랑채 둘

 

휘, 돌아보니

여태 내가 줄곧 거처한 곳은

오감五感 가득 채워진 빈 방

 

그 사이

아랫목 구둘 꽉 막혔다

 

설마, 장작불 활활 지펴대면

막힌 구둘 펑 뚫리겠지, 싶어

행랑채 뒤로 돌아들어가

굴뚝 쿡쿡 들쑤시며

간신히 고개 밀어 넣고

슥, 올려다보니

방마다 주인 노릇하던 놈들

뿔뿔이 다 도망치고,

없다

 

(2013문학사상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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