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백수가 자전거 타고 가파른 산길 내려오다
신새벽 들이받고 전치 6주 부상을 입었다
갑자기 역주행하면 어떡해요
방향을 바꾸려면 깜빡이를 켜셔야죠
보이지 않는 벽까지 다 볼 수는 없잖아요
입원비 자전거 수리비에다
두 달치 생활비까지 전부 물어내세요
하하 무슨 그런 얼토당토않은 말씀을 하세요
저는 자전거 바퀴 사이로
조용히 산책하며 지나갔을 뿐인데,
그쪽께서 안전거리 미확보로 사고를 내셨다고요
여태 공들여 쌓은 새 벽 무너뜨린 죗값
오히려 제게 한 평생 두고두고 다 갚으셔야죠
내 허벅지와 새벽 사이
꽉 물어뜯은 페달의 이빨자국
(2014 문예바다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