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꼬끼오!

김욱진 2014. 12. 29. 09:24

꼬끼오!

 

 

 

벨을 누르고 분만실로 들어서자 

임신중독증에 걸린 어미닭들

울음을 삼켰다, 속으로 

달거리하고 싶은 날도 있었겠다

1촉 전구 불빛 새어나오는 양계장

무정란 한 판 사들고 급히 빠져나오는데

철창 갇힌 영계들의 눈빛 줄줄이 따라붙는다

오빠 하룻밤 묵어가세요

예전처럼 

오빠랑 숨바꼭질하며

봄나들이 가고 싶어요

벼슬 바짝 세우고 

토닥토닥거리며

마당 가 모이도 쪼아 먹고 

담 너머 옆집 개 짖든 둥 마든 둥    

우리 올라앉아 

알 낳은 유세부리며   

꼬끼오! 소리 맘껏 지르고 싶어요 

 

온 세상 잠든 꼭두새벽

퇴근길 한 모퉁이서

나는 

어느 미혼모가 건넨

연서를 읽으며

어린 것들 손 꼭 잡았다

 

      (시인정신 2014 겨울호)

 

 

 

'♧...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트라이크와 볼 사이  (0) 2015.10.29
환승  (0) 2015.10.18
법거량  (0) 2014.07.05
적반하장  (0) 2014.06.25
우포늪  (0) 2014.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