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와 볼 사이
되돌아보니
당신이 볼을 던졌을 때
나는 스트라이크인 줄 알고 받아쳤고
당신이 마음먹고 스트라이크 던졌을 때
나는 볼인 줄 알고 받아친 게
무려 9할이 넘는다
당신이 던진 공을, 나는
언제나 되받아쳐야만 되는 줄 알았다
방망이가 자주 부러지고
타율이 급격히 저조해짐을 알고부터
나는 다급히도 당신의 슬로우 볼을 기다렸다
역으로, 당신이 빠른 직구를 날렸을 때
나는 되받아칠까말까 망설이다
그냥 꼼짝없이 당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고
섣불리 볼에 방망이 휘두르다
내야 플라이 아웃으로
온 집안이 쑥대밭 되는 날도 일쑤였다
스트라이크와 볼 사이
비켜가는 공은 늘
나의 눈높이와 마음 속도를 훔쳤다
여태 홈런 한 방 노리고 살아온
나는 지금
9회 말 투 스트라이크 쓰리 볼 상황에서
겨우 허황된 꿈 한 방 날렸다
삼십 년을 함께 살고도
당신의 타구 가늠하지 못한 죗값
담장 넘어간 야유 소리만큼이나 크다
(문예감성 2015가을/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