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거량
비슬산 도성암 부처님 뵈러 가는 중,
염주 알 주렁주렁 목에 걸고 서있는
고욤나무보살 만나
합장 삼배하고 엎드려
고욤 한 알 한 알 주워 먹다
텅 빈 고요 다 삼킨
고욤 따먹고 싶어
나뭇가지 가까스로 손닿는 중,
포행하고 돌아가던 스님 한 분
내 손가락 훔쳐보며
누구요? 하고 소리치는 중,
묵언정진하던 고요
문풍지처럼 바르르 떤다
탁발 나온 고양이 한 마리
두 눈에 불 켜고
저녁 공양 중인 부처님
밥상머리 꿇어앉아
어느 중의 마음
참마음이요
묻는 중
(사람의 문학 2014봄호-이 시인을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