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나무 한 그루

김욱진 2013. 11. 28. 06:43

                                       나무 한 그루

                   

 

방사선 치료를 받고

노숙자처럼 푹 퍼져 누워 있는 나목裸木

먹구름과 동거한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나무는 시름시름 말라들기 시작했다

한 그루 햇살도 홀쭉해졌다 

간간이 바람 와서 

팔다리 주물러주고 갔다

노래 부주하고 떠난

새들의 발자국 밟으며

나,

무로 돌아가는 밤

별들, 눈꺼풀 무거워질 무렵이면

어느 새

한 발은 저곳을 디디고 서있었다

 

 

          (2013 대구의 시)

 

 

 

'♧...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포늪  (0) 2014.03.05
빈집  (0) 2013.12.08
벌어진 밤송이  (0) 2013.10.24
버려진 것들  (0) 2013.09.10
줄다리기  (0) 2013.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