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것들
나는 매일 출근하자마자
학교 운동장 설거지를 한다
왼손에는 행주 대신
어리광부리는 아침햇살 꾸러미 한 통 들고
오른손에는 고무장갑 대신
가위 같은 족집게를 손아귀에 끼고
이것저것 주워 담는다
커피 향 쥐꼬리만큼 풍기는 일회용 컵 입에 물고
밤새 사랑 고백한 과자 비닐봉지도
일회용 떡볶이 그릇에 주둥이 푹 파묻고
엄마 품속인 양 곤히 잠든 빈 병도
떨그럭떨그럭 소리에 외톨이가 돼버린 빈 캔도
화려했던 지난날이 있었음을
매점 앞 쓰레기 분리수거함까지 함께 걸어오는 동안
노숙자들 이름 아래 빼곡 적힌 이력을 훔쳐 읽고서 알았다
되돌아보면, 부끄럽고 어색한 몸짓이었지만
외길 모퉁이서 틔운 나의 꿈은
버려진 양심 주워 담을 통 하나 마련하는 것
나는 그 통의 길목 찾아 나섰다
쉬는 시간마다
종이비행기 접어 창밖으로 날리는 손
바닥과 등 사이 오가며
잔심부름하는 말 채찍질하여 보냈다
어느 날 아침 그 녀석
빗자루 쓰레받기 들고
운동장으로 펄떡펄떡 달려와
나 대신
일회용 청소부 노릇 톡톡히 하며 회향했다
(대구문학 7,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