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채널

우포에게

김욱진 2013. 10. 17. 20:40

               

          우포에게

 

신문을 통해 너희 사남매 소식 간간이 듣는다만

한겨울에 옷가지 다 벗어던지고

감기는 들지 않았느냐

작년 이맘때 다녀간 청둥오리 녀석들 여기 와있단다

크느라고 그런지 그놈들 얼굴이 핼쑥하더구나

멀고 험한 이 길을 또 어떻게 찾아 왔는지,

이사 온 우리 집 앞 개울가에서

밤새 물장구치며 놀다

새벽녘 그믐달빛에 짓이긴

멸치동가리 정신없이 받아먹고

네 어미 앞에서 지난봄 시집간 누나 얘기 종알종알 하더구나

고니는 친정 한번 다녀갔다지?

고년과 노랑부리저어새 본 지 꽤 오래 되었구나

왜가리와 논병아리는 아직도 반찬투정 심하니?

순천만 사는 검독수리도 큰기러기와 가창오리 데리고

요즘 그곳에 날아와 온 늪이 시끌벅적하다며,

너도 늘그막에 큰 손을 치는구나

그나저나 쪽지벌 생일이 머잖은 것 같은데

검은머리방울새와 개똥지빠귀도 올려나,

정월 보름께나 봐서 겸사겸사

니 애미랑 막내 집 언저리

쪽배에서 하룻밤 묵을 터이니

목포와 사지포한테도 일찌감치 기별해놓으렴

 

섣달그믐밤

비슬산하에서

늪을 사랑하는

애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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