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채널

우포의 혼

김욱진 2013. 10. 17. 20:36

 

               우포의 혼

 

 

 

 

일억 사천 만년동안 그리고도 더 그려야할 것이 남았는지

간절기 붓질이 한창이다

등에 점 하나를 덜 찍었는데

씨 말라가는 자운영 댁에 큰 굿을 올려야한다며

무당벌레 부리나케 기어간다

요놈 좀 봐

세상에 믿을 놈 없다니까

왕버들의 머리숱이 많아 아직 축축한데

간다던 자운영 댁에나 바로 갈 것이지

엉망을 만들어 놓고 난리야

제 다리에 묻은 연록색은 또 어떻고

다시 물감을 풀어 덧칠 해야겠어

아니야, 진한 녹색으로 칠하는 것이 맞겠어

오늘 밤에 재두루미 총각 놀러 온다고

가시연은 새벽부터 졸라댄다 연지곤지 찍어달라고

억새 섶에 숨어 밤을 기다리는 재두루미

한 쪽 다리만 그렸는데

내 머리 위로 똥을 싸지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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