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의 혼
일억 사천 만년동안 그리고도 더 그려야할 것이 남았는지
간절기 붓질이 한창이다
등에 점 하나를 덜 찍었는데
씨 말라가는 자운영 댁에 큰 굿을 올려야한다며
무당벌레 부리나케 기어간다
요놈 좀 봐
세상에 믿을 놈 없다니까
왕버들의 머리숱이 많아 아직 축축한데
간다던 자운영 댁에나 바로 갈 것이지
엉망을 만들어 놓고 난리야
제 다리에 묻은 연록색은 또 어떻고
다시 물감을 풀어 덧칠 해야겠어
아니야, 진한 녹색으로 칠하는 것이 맞겠어
오늘 밤에 재두루미 총각 놀러 온다고
가시연은 새벽부터 졸라댄다 연지곤지 찍어달라고
억새 섶에 숨어 밤을 기다리는 재두루미
한 쪽 다리만 그렸는데
내 머리 위로 똥을 싸지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