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에게
신문을 통해 너희 사남매 소식 간간이 듣는다만
한겨울에 옷가지 다 벗어던지고
감기는 들지 않았느냐
작년 이맘때 다녀간 청둥오리 녀석들 여기 와있단다
크느라고 그런지 그놈들 얼굴이 핼쑥하더구나
멀고 험한 이 길을 또 어떻게 찾아 왔는지,
이사 온 우리 집 앞 개울가에서
밤새 물장구치며 놀다
새벽녘 그믐달빛에 짓이긴
멸치동가리 정신없이 받아먹고
네 어미 앞에서 지난봄 시집간 누나 얘기 종알종알 하더구나
고니는 친정 한번 다녀갔다지?
고년과 노랑부리저어새 본 지 꽤 오래 되었구나
왜가리와 논병아리는 아직도 반찬투정 심하니?
순천만 사는 검독수리도 큰기러기와 가창오리 데리고
요즘 그곳에 날아와 온 늪이 시끌벅적하다며,
너도 늘그막에 큰 손을 치는구나
그나저나 쪽지벌 생일이 머잖은 것 같은데
검은머리방울새와 개똥지빠귀도 올려나,
정월 보름께나 봐서 겸사겸사
니 애미랑 막내 집 언저리
쪽배에서 하룻밤 묵을 터이니
목포와 사지포한테도 일찌감치 기별해놓으렴
섣달그믐밤
비슬산하에서
늪을 사랑하는
애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