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채널

결빙

김욱진 2013. 10. 17. 21:31

 

     결빙

 

 

 

긴급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

마취도 하지 않은 채

드릴기로 구멍을 뚫자

겨우내 밥줄 끊긴 물고기들

숨 가쁘게 몰려와 아가미를 내민다

던져준 밑밥에

배고픔의 유혹 뿌리칠 수 없었으리

줄 없는 자의 비애처럼

감춰진 낚싯줄과 바늘마저

꾹꾹 씹어 삼켜버리고 싶었으리

IMF 실직 후

전기와 수돗물 다 끊긴 냉방에서

돌가루종이 같은 맘으로 깨진 창 바람 막고

그 이자로 밀린 방세 갚으며

이십년간 혼자 숨길 틔우고 사는

건넛집 뇌졸중 1급 장애자 박씨의 심줄도

저렇게 낚였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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