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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범, 인권 존중돼야 하나

김욱진 2010. 5. 22. 22:52

연쇄 살인범, 인권 존중돼야 하나

협성고 교사 김욱진

 

기본소양 문항

(기출 문제) 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말해보고, 올바른 법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 라. (2005 고려대 수시2)

(출제 의도) 사회문제는 주로 법, 도덕, 종교, 관습 등의 사회규범에 의해 해소된다. 급변하고 다원화된 현대사회는 특히 법규범이 다른 규범들보다 사회문제의 해결 수단으로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학생이 법에 대해 어떤 인식을 하고 있는지 묻고자 한다.

l 어떤 답변을 원하는 것일까? l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라는 말에서처럼 인간은 사회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반사회적 이기심이나 이해관계의 차이로 서로 다투기도 한다. 이러한 다툼을 해결하는 평화적 수단으로 사회구성원의 동의에 의해 만들어진 법, 도덕, 종교, 관습 등의 사회규범이 있다. 그리고 법은 '마땅히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당위(Sollen) 법칙이 적용된다는 사실과 아울러 사람이 준수해야 할 가장 강력한 행위의 준칙이다.

‘사회 있는 곳에 법이 있다.’ 라는 법언처럼 사회는 법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법이 없는 인간 세상은 곧 사회적 혼란과 무질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사회가 급변하고 다원화될수록 공적 제재가 중시될 수밖에 없다. 법은 사회생활을 하는 개인이나 집단에게 권리와 의무의 내용과 한계 및 그 행사의 절차를 알려준다. 한번 제정된 법은 그 시효가 끝날 때까지 그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켜야 하는 강제규범이다. 또 법은 어떤 행위의 합법성과 정당성의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에 개인이나 집단 간에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다. 아울러 법은 정의 실현을 목적으로 인간의 외면적 행위만을 규율한다는 면에서 선과 내면적 측면을 강조하는 도덕과 구분된다.

법은 기본적으로 문화와 환경의 산물이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 법은 다양성과 상대성을 지닌다. 우선 내용면에서 법은 실현 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제정 절차가 민주적이어야 한다. 특정 국가의 법은 그 국민의 가치관이나 사회적 상황 등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가령, 아무리 수준 높은 법 제도를 갖춘 국가라 할지라도 그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따라주지 못할 경우 그 법은 무용지물이다. 반대로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다하더라도 법 제도가 미비하다면 그 또한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라서 올바른 법문화의 형성은 그 나라 국민의식 수준에 걸 맞는 내용을 담은 법 제도가 정착될 때 가능하다.

Theme Update

사형제도 존폐 논란

사형제에 대한 찬반 논리는 나라마다 시대마다 결론이 달랐고, 지금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에 따르면 사형제 채택(미국, 중국, 일본 등 78개국), 폐지한 나라(118개국), 채택하고 있지만 집행하지 않는 나라(23개국)로 구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수립 이후 1997년까지 902명 사형집행, 97년 이후 사형집행은 중지, 현재 사형집행 대기자는 59명 정도, 따라서 우리나라는 사형제가 존속되고 있으나 실행국가는 아닌 셈이다.

1. 사형제 찬성 입장

사형제도는 반인륜적 반사회적 흉악범을 제거하여 법적 정의를 실현하고 국가와 사회의 질서를 보존하는 수단이다. 타인의 생명을 잔혹하게 빼앗은 사람에게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범죄를 막는 상징적 효과뿐 아니라, 흉악범을 처벌함으로써 다른 범죄자들에게 경각심을 준다. 사형제는 개인적 보복이라는 악순환을 국가가 막아준다. 살인 행위는 피해자 측에게 극도의 고통과 원한을 심어준다. 범죄자의 인권과 생명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생명을 해친 사람들의 생명까지 법으로 무조건 보호해야 할 의무는 없다. 인간의 존엄은 인격에 기초하며, 타인의 생명을 존중할 때 자신의 생명도 존중받는다. 따라서 사형제도는 오히려 타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장치이자 법적 정의를 구현하는 수단이다.

오판에 의한 억울한 죽음과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 사형제를 집권자들이 정치적 목적의 수단으로 일부 악용되었던 점은 사형제 폐단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는 법을 집행하고 형벌을 부과하는 정치적 시스템의 문제일 뿐 법률 그 자체 문제는 아닌 것이다. 현재는 과거와 같은 군사정권 하에서 집권자의 입맛에 따라 사형제를 함부로 남발할 수 없는 시대이며 지금 시대에 사형을 언도받을 정도의 범죄자는 살인죄 이상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과거 시절 정치적 사형수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현대 법치국가에서의 사법제도 완비는 인간의 오판 가능성을 없애주고 있다. 사형제도 존속 유무가 선진국이나 인권국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형제도는 각국의 문화, 역사와 관계가 깊다. 유럽연합이 사형제도의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유는 유대인 학살 같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종교적 신념이 결합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38개 주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5월 테러범에 한해 사형시켜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아프리카와 중동에도 사형제가 있는 나라가 많다. 따라서 선진국은 모두 폐지했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생명권이란 이념적으로 절대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법적 평가가 가능한 대상이기 때문에 타인의 생명을 부정하는 자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인간사회에서 절대적 가치는 이상에서만 존재한다. 어떤 절대적 가치도 현실세계로 들어오면 상대화할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 헌법은 이를 인정하고 있다. 사형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인간이 사회공동체를 구성하고 생활하면서 생명의 가치를 인정하고 생명을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형제도는 결코 야만적이 아니며, 인간의 오랜 역사 속에서 이 사회를 지키려는 최후의 수단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의 제반 현실은 사형제도의 존속을 필요로 하고 있다. 따라서 법치국가의 질서 속에서 사형제도는 필요하다. 사회구성원의 생명권 보장이라는 헌법적으로 가치 있는 질서를 위해서라도 불가피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사형제도는 유지돼야 한다.

2. 사형제 반대 입장

과거 유신정권에 맞서 전국의 학생들이 총궐기하려 했던 민청학련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무고한 젊은이 8명이 온갖 고문과 조작에 의해 억울하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날이 1975년 4월 9일이다. 이날은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법 살인’의 날이다. 벌써 30년이나 되는 세월이 흘렀다. 아직도 치유하지 못한 그 날의 상처는 사형제도의 존속이 얼마나 반인륜적 살인행위를 할 수 있는 위력적인 수단인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한국전쟁 때 한강교의 폭파 책임을 맡았던 최 모 대령에 대한 사법 살인도 마찬가지다. 나중에 최 대령의 억울함이 밝혀졌지만, 그는 이미 고인이 됐다. 이처럼 오판 가능성이 존재한다.

사형제도의 존속이 범죄의 억지력에 있다는 가정 하에서 무고한 국민을 멋대로 죽이게 했던 이런 법적 장치를 끝까지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견해가 적지 않다. 또한 이들의 생각을 감정적인 차원에서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가정 파괴범이나 흉악범 같은 반인륜적인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감정적 차원에서 사람의 생명을 논하지 말자. 감정으로 사람의 생사를 논하는 것 자체가 반윤리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형제도가 범죄 억지력이 있다는 주장도 매우 의심스럽다. 사형제도가 범죄억지력이 있었다면 사형의 집행을 많이 하면 할수록 사형을 받을 만한 범죄의 건수도 이에 상응하게 감소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반세기 동안 사형을 받을 만한 범죄의 건수는 우리 국민의 인구 증가에 따른 변동을 제외하고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더구나 외국에서도 사형제도의 폐지가 나중에 사형을 받을 만한 반인륜적 범죄의 증가세로 눈에 띄게 돌아섰다는 보고서는 보이지 않고 있다. 사형제를 폐지하자는 쪽도 무조건 사형제를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종래 사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범죄자에 대해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인정된 예외적인 경우에 국한하여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을 하자는 것이다.

사형제도라는 것은 역사적 필요성에서 기인한 것에 불과하다. 국가의 재정과 인적 자원이 한없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모든 중요 범죄에 대해 사형을 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형수쯤은 평생 먹여 살릴 수 있는 재정 형편이 됐으며, 우리 헌법도 인간 존엄을 보호하고 그 본질의 불가침성을 천명하고 있다. 사람의 생명은 사람의 삶 자체이기 때문에 생명의 보호는 인간존엄 보호의 핵심이다. 더욱이 국가는 국민 개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데에 핵심적 역할이 주어져 있다.

최근에 국민의 인권의식이 점차 높아져가면서 사형제도의 폐지 쪽 견해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사형제를 절대적 종신형으로 대체한다면 전 국민 60% 이상이 사형제의 폐지에 찬성하겠다고 한다.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2004년 12월 9일 재적 반수가 훨씬 넘는 국회의원 175명의 발의로 ‘사형제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제안 이유로는 “국가가 범죄예방과 진압의 수단으로 사형제를 유지하는 것은 국가사회의 구성원인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훼손할 뿐 아니라 나아가 인간 존재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결과가 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지난 6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사형제의 폐지 권고안’을 공식적으로 의결한 바 있다. 이들 견해는 사람의 생명을 중시하는 우리 헌법 정신에 걸맞은 지당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Main 문제

(기출 문제) 연쇄 살인범의 인권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말해 보라.

(2005 연세대 수시2)

(출제 의도) 현재 우리나라는 사형제가 있으나 집행을 하지 않는 국가다. 최근 흉악 범죄자의 사형 집행 여부를 포함해 이들의 구속시, CCTV 감시나 24시간 수갑을 채워두는 등이 인권 침해 논란 소지가 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연쇄 살인범의 인권에 대해 학생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고자 한다.

l 어떤 답변을 원하는 것일까? l

일반범과는 달리 흉악범에 대한 인권 문제는 곧 사형 집행 여부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는 사회적 법감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법이란 어떤 절대적 기준에 의해서 구조화된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법의식이 적극 투영된 결과물이란 점에서 유동적이다. 흉악범에 대한 사형 집행을 인권 침해로 인식하는가, 인식하지 않는가의 문제다. 따라서 이 물음은 인권의 의미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다.

흉악범의 인권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한 헌법 제 10조와 “인간은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 11조 1항을 언급하고, 이 두 조항이 합법적 살인을 인정하는 형법 250조 1항과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근거하여 설명한다.

흉악범의 인권은 무시되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연쇄 살인과 같은 흉악범의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부작용의 심각성을 설명한다. 이와 관련된 헌법 10조와 11조 1항의 내용은 남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전제에서 자신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해자에게 인권이라는 이름의 보호막을 쳐 살인을 하고도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오히려 평등의 원리에 어긋난다. 따라서 사형제 폐지의 법제화는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모범 답안)

존중 입장-연쇄 살인범도 적법 절차에 따라 일반범과 동등한 법 적용이 되어야 합니다. 여론몰이식의 사회적 법감정이 작용한 법 절차나 법 적용이 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존엄과 행복 추구권 및 평등권을 강조한 헌법 제 10조와 11조 1항은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라는 형법 250조 1항의 상위법입니다.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상위법인 헌법이 하위법인 형법에 우선 적용되어야 합니다. 인권단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헌법 제 10조에 근거해 가해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사형제를 비판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법적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흉악범의 인권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시 입장-인명 경시 풍조가 심해진 우리 사회도 최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어린이 납치, 연쇄 살인, 가정파괴범 등의 흉악 범죄율이 급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만,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법 절차상의 인권은 존중되어야겠지만, 남의 생명을 유린하고 자신의 인권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일 뿐 아니라 공동체적 인간관계를 파괴하는 반인륜적 반사회적 행위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 소수의 인권을 위해 다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흉악범죄는 공동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이탈하고 스스로 타인의 생명과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파괴하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법률적 도덕적 책임을 엄정히 물어야 된다고 봅니다.

(추가 질문) 최근 부유층을 살해한 연쇄 살인범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인터넷에는 이 살인범에 대한 팬클럽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원인과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말하시오. (2005 호서대 수시1)

(출제 의도) 빈부 격차가 심해질수록 상대적 박탈감도 그 만큼 커진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소외된 자들의 높은 불만 의식이 부유층에 대한 연쇄 살인으로 나타났고, 이와 같은 엄청난 사건에 대해 동류의식을 갖는 팬클럽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우리 사회 현실에 대해 학생은 어떤 인식을 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

l 어떤 답변을 원하는 것일까? l

우리 사회는 느낌상으로나 실제 통계상으로 갈수록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개인의 투명한 노력과 능력에 따른 빈부 격차는 사회 심리적 통합 효과를 가져와 오히려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지만, 우리 사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일부 부유층의 구조적 부조리와 부도덕성에 크게 관련되어 있다. 이는 부유층에 대한 불신 풍조를 심화시킴과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한다. 오늘날 소외된 자들의 불만은 부유층 연쇄 살인과 같은 극단적 사회 병리 현상으로 이어졌고, 이에 동조하는 인터넷 팬클럽까지 나타나는 현실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살인범은 강력히 처벌돼야 할 대상자이지 동정의 대상은 분명 아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연쇄 살인범에 대해 동정 내지 동류의식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지만, 사회적 불만에 대한 대리 만족을 느끼는 현상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동조 행위를 단순히 부정적으로 치부하고 간과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사회로부터 소외된 자들에게 어떻게 대하며 살고 있는지 반성하고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제2 제3의 유 영철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슈&논술 2006.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