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 12

잊음 / 김륭

잊음김륭    그녀는 생선과 단 둘이 남았다*   나는 이런 문장이 참 마음에 든다 사방이 쥐죽은 듯 고요해지고 기다렸다는 듯 난간이 생긴다 나는 누워있고, 그녀는 생선과 함께 난간 끝에 위태롭게 서있다   그러나 어떤 고요는 말이 아니라 살이어서 그녀는 생선과 모종의 이야기를 길게 나눌 수도 있다   나는 그녀의 몸에서 비릿하게 흘러나오는 고백의 냄새를 맡는다 그녀가 울고 있다 가라앉고 있다 그녀의 생선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사물들이 물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무사히 가라앉을 수 있을까   어쩌면 그녀는 자신이 생선을 낳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나는 석쇠 위의 생선처럼 몸을 뒤틀며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그녀가 메기나 미꾸라지처럼 좀 기분 나쁘게 생긴 어떤 남자가 아니라 생선과 단 둘이 남았다는 ..

♧...참한詩 2024.10.14

획일화에 대하여 / 오승강

획일화에 대하여오승강  개펄을 걷는 저 게들산지사방 어딘가로 바삐 가고 있다옆으로 옆으로걸음이 참으로 일사불란하다누군가 구렁을 붙이는 것도 아닌데어쩌면 저렇게 똑같은 속도똑같은 몸짓 똑같은 집게발크기는 달라도 온전한 질서 정연이다허튼 모습도 없다개펄을 걷는 저 작은 게들똑같이 걷는 모습이우습게 보이던 걸음이당연했던 것들이문득 무섭다 소름이 돋았다

♧...참한詩 2024.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