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논술(스크랩시 저작권법적용)

왜 자살을 하는가

김욱진 2010. 5. 23. 09:01

왜 자살을 하는가

 대구제일고 교사 김욱진

 

기본소양 문항

(기출 문제)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자살은 뒤르켐이 말한 자살 유형 중 주로 어디에 해당하는지 말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시오. (2004 한양대 정시)

(출제 의도) 자살 이론에 관한한 뒤르켐의 사고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그의 저서 ‘자살론’에서 밝힌 자살의 3가지 유형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적용해서 한국 사회의 자살률 증가 원인을 논리적으로 분석 설명할 수 있는지를 알고자 한다.

l 어떤 답변을 원하는 것일까? l

자살을 사회학적으로 접근한 에밀 뒤르켐은 자살 유형을 사회 통합의 정도에 따라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 등의 3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이기적 자살은 사회적 통합이 약화될 때 발생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타적 자살은 자신이 속한 사회 또는 집단에 지나치게 밀착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아노미적 자살은 사회가 각 개인들의 만족할 만한 조건이나 방향을 제시해주지 못해서 일어나는 복합적인 결과로, 적절한 사회 규제의 부재로 개인들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생활을 누릴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얼마 전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생면부지의 20․30대 남녀 3명이 어느 모텔에서 동반 음독자살을 한 사건은 이기적 자살의 전형적 사례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 구성원의 유대감이 상대적으로 느슨할 때 자주 일어난다. 남편이 죽으면 의례적으로 자살을 해야 한다는 인도 전통종교의 규범적 자살 행위와 같은 이타적 자살은 각박해진 우리 사회에서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발생하는 자살의 주된 요인은 아노미적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오늘날 광기나 우울증, 신경쇠약, 자아분열 등 심리적 병리현상의 급증 원인을 개인의 선천적 요인보다는 사회적 부작용 내지 부적응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남산공원에서 자살한 사람의 경우 경찰은 자살 동기를 사업 실패 후 빚이 늘어 낙심해온 것, 이혼 후 정신적 고통이 심했던 것, 대학 입시에 실패해 심적 고통이 컸던 것 등에서 찾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복잡한 원인이 있을 수 있겠으나 자살에 사회적 원인이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실업․이혼 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일반인과 유명 정치인․기업인․연예인 등이 대중의 따가운 시선에 못 견뎌 자살을 하는 사례가 우리 사회에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 원인은 산업화․다원화․정보화로 인한 사회 급변속에서의 규범 혼란이나 무규범 상태인 아노미 현상이 심하기 때문이다.

Theme Update

자살 원인에 대한 견해

인터넷 자살사이트에서 만나 동반 자살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사망한 사람 수는 1만305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많았다. 44분마다 한 명이 목숨을 끊고, 1분30초마다 한 명이 자살을 기도할 만큼 자살 풍조가 만연해 있다. 자살은 한 가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작용한다. 사회·경제적 요인, 심리내면적인 이유, 발달심리학적 특성,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 등이 얽혀 있다. 자살의 원인은 크게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으로 구분되며, 후천적 요인은 다시 개인적 관점과 사회적 관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생물학적 요인으로는 '자살을 부추기는 유전자'가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생명에 집착하기 마련인 인간 본성에 위배되는 자살이 모든 종족에서 1%로 공통적으로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자살이 진화론적으로 획득된 형질이며, 가족 중에 자살한 사람이 있으면 자살할 확률이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선 '자살 유전자론'을 뒷받침한다. 특히 치명적인 자살 시도의 경우, 유전적 요인이 55%까지 추정된다. 이런 유전적 요인은 주로 불안·우울, 충동성·공격성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단백질 관련 유전자와 연관된다. 그 중에서도 우울증은 자살의 주원인이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가 모두 자살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며, 생물학적 요인만으로 자살을 설명하는 것은 힘들다.

카뮈는 그의 저서 ‘시지프의 신화’에서 “참으로 중대한 철학상의 문제는 단 하나뿐이다. 즉 자살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카뮈는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면서도 주어진 그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부조리를 인식한 인간은 자살을 택하거나 혹은 반항과 자유와 열정의 삶을 살아간다.”면서 자살을 실존적 결단의 문제로 보고 있다. 이렇게 인생의 근본적 부조리 때문에 자살하는 것을 ‘철학적 자살’이라고 한다. 그러나 철학적 자살은 그것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자살의 일반적 형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자살의 원인을 개인의 심리적 문제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대표적인 학자로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들 수 있다. 그는 자살자 가운데에는 유아기·소아기에 부모를 잃거나 과거에 가출과 비행을 저질렀던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비행·반항, 신경증적 태도, 알코올·약물에 대한 의존 등은 모두 도피적 태도의 표현이며, 자살은 그 극단적인 표현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분노가 갑자기 자신에게 돌아갈 때 발생된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생각,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공상에서 출발한다고 하나 혼합된 감정도 있다. 프로이트는 자살을 광기나 우울증, 신경쇠약, 자아분열 등 심리학적 병리현상과 관련된 증후로 간주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철학적 자살과 심리적 자살은 개인적 관점에서 자살의 원인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반면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로 보지 않는다. 뒤르켐은 1897년 발표한 저서 ‘자살론’에서 자살을 사회적 관점에서 파악한다. 자살은 엄연히 사회현상이며 자살의 원인 역시 사회적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외부 영역에 있는 사회적 요인들이 인간의 내부 행동 영역에 뛰어듦으로써 자살이 성립한다는 뒤르켐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뒤르켐의 자살 연구는 본질적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심리 상태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사회’라는 요인을 적용시켰다는 점에서 방법론적 독창성이 있다. 뒤르켐은 자살이 사회적 현상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하여 여러 가지 통계 자료를 내놓았다. 그 결과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정신병이나 신경쇠약증 등은 자살과 필연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유전적 요소, 개인의 체질, 밤낮의 길이, 계절에 따른 온도의 영향 등 신체적, 물질적 조건들로 자살 현상을 설명하는 것 역시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뒤르켐은 ‘자살론’에서 자살의 유형을 ‘이타적 자살’ ‘이기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분석한다. 이타적 자살은 사회적 명분이나 목적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개인이 그가 속한 공동체의 가치에 종속되는 정도가 가장 강한 경우 주로 목격되는 자살 현상이다. 이타적 자살은 이기적 자살과는 대조적으로 자신이 속한 사회 또는 집단에 지나치게 밀착됐을 경우 발생한다. 예컨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를 몰고 미군 군함으로 돌진했던 일본군 자살특공대(가미카제)와 오늘날의 이슬람 자살특공대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기적 자살은 사회적 압력이나 규범 등 외부적 요소에 적응하지 못해 죽음을 택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뒤르켐은 감정의 내적 동요, 혹은 정신병리학적 상태에서 내려지는 개인적 결정은 자살의 진짜 이유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본다. 그는 “자살의 진짜 원인은 개인이 사회에 통합되는 정도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아노미적 자살에서도 잘 나타난다. 아노미란 무규범이거나 규범의 혼란 상태를 의미하는데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지던 가치관이나 사회 규범이 혼란 상태에 빠졌을 때 자살률이 증가하는 현상을 아노미적 자살에 빗대 설명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뒤르켐은 ‘자살론’에서 경기 동요와 자살 사이의 관계를 입증했다. 즉 경기 침체기에는 자살률이 크게 올라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IMF 당시 경제 위기가 닥치자 자살률이 높아졌다.

Main 문제

(기출 문제) 현대 사회에서 자살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와 대안을 현대 사회의 특징과 관련하여 설명해보라. (2005 서강대 수시2)

(출제 의도) 요즈음 우리 사회엔 가족 동반 자살이나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연평균 자살 증가율이 OECD 가입국 중 1위이다. 이러한 자살률 급증의 원인은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 측면에 있고, 또한 거기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l 어떤 답변을 원하는 것일까? l 요즈음 자살률 급증의 원인을 단순히 개인의 유전적 요소나 신체적·정신적 조건 때문이라고만 볼 수 없다. ‘자살론’의 저자 뒤르켕이 지적한 바와 같이, 현대사회의 자살 원인은 다분히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측면이 강하다. 자살의 원인을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만으로 삶의 고통을 회피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이기적 자살의 유형도 있다. 그러나 급격한 사회 변동에 의한 심리적 박탈감을 극복할 수 없어 죽음을 선택하는 아노미적 자살이 우리 사회에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현실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가장이 가족과 동반 자살한 사건은 아노미적 자살의 대표적인 경우다. 이처럼 늘어나는 자살 해결책으로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일상적 교훈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44분마다 한 명이 목숨을 끊고, 1분30초에 한 명이 자살을 기도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상황에서 그 원인을 찾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 한국사회는 정보화·다원화 현상뿐 아니라, 정권 교체와 IMF 위기 등의 정치경제적 요인들로 인해 단기간에 급변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아노미와 같은 집단 혼란 상태를 가져왔다. 특히 IMF 이후 지속된 경기침체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켜 빈곤층에게 더욱 큰 부담을 주었고, 나아가 청·장년층의 조기실업을 초래했다. 또한 진보와 보수 간의 심한 갈등은 사회적 불안을 확산시켰다. 이와 같이 자살이 사회적 현상인 동시에 사회적 요인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면, 그 해결책 역시 사회적 차원에서 찾아야 한다.

(모범 답안)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자살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자살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사회 전후 세대들은 현재 청년실업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요즈음 신세대들은 경미한 어려움에도 쉽게 좌절하고 자살까지 고려하는 현실입니다. 이렇게 자살 충동에 쉽게 빠져드는 이유는 정보화의 가속화로 야기된 지나친 개인주의와 생명경시 풍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통해 현재의 고통이나 부정적 상황에서 벗어나고자하는 극단적 심리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방심리가 비단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유행을 체험하는 기성세대들에게도 전반적으로 나타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를 ‘베르테르 효과’라 부르고 있습니다.

자살률의 사회적 증가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들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빠지는 일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특히 남성과 노인계층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 고통과 사회양극화 등이 뚜렷해졌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따라서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복지정책을 강화하고, 신용불량자들을 구제해 주는 등 낙오자들의 재활을 위해 힘써야 합니다. 가정불화와 치정에 의한 자살률도 높은 편인데, 이는 정상적이며 건강한 가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결국 건강한 가정, 건전한 사회가 조성될 때 자살은 줄어들 것입니다. 가족과 이웃, 동료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자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타인의 행동에 무분별하게 휩쓸리는 일이 없도록 가치관을 정립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죽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하게끔 하는 일일 것입니다. 절박한 상황에서도 단절된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과 적극 연대하려는 공동체적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추가 질문) 청소년의 자살이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자살은 현재 한국 청소년 사망 3대 원인 중 하나이다. 특히 가족들의 죄책감으로 청소년 자살을 정확히 보고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청소년 자살률은 매우 높을 것으로 추론된다. 이러한 청소년 자살의 증가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l 어떤 답변을 원하는 것일까? l

자살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중 두 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청소년기의 주요 사망 원인이 다. 청소년기는 기분변화가 심하고 스트레스에 의한 우울 증세가 심하다.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전환기로 급격히 변화된 심리적 육체적 변화를 통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적당한 규준을 설정하지 못하고 통제력이 떨어지며 혼란을 쉽게 느끼는 시기이이다. 또한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부모와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으며, 이러한 여러 가지 성장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는 시기이다.

청소년들의 자살에 대한 심리적 원인을 세 가지로 요약하면 첫째, 사회적 환경의 변화다. 과거 몇 십 년 동안의 사회 변화는 청소년들에게 심리적 스트레스를 증가시켰다. 이혼율의 증가, 성인으로서의 책임감, 사회적 의미의 상실, 이기적 인간관계의 만연 등으로 인한 우울증의 비율이 증가되고 있다. 둘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선택으로서 자살을 한다. 이와 관련된 요인으로는 인간의 존재 이유로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하는 청소년의 경우 친구관계에 있어서 부적절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학업에 대한 부담감과 학교생활의 불만족도 청소년 자살 요인이 된다. 셋째, 가정적 문제이다.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들은 일반 청소년들보다 가족 관계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가족구성원 간의 의사소통의 질은 매우 낮고, 가족의 문제해결력은 매우 제한적이고 미흡한 현실이다.

(이슈&논술 2007.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