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향
꽃망울 하나가 가라앉는다
얼음장을 깨고 깊이 깊이
가라앉는다.
어둠이 물살을 그 쪽으로 몰아붙인다
섣달에 홍역처럼 돋아난
꽃망울.
저녁에는 함박눈이 내린다.
마을을 지나
잡목림 너머 왔다 간 사람은
아무래도 발자국을 남기지 못한다
저녁 별
막 태어난 별이
혼자서는 가지 못하고 있다.
지상의
키 작은 아저씨의 귓쌈을 치며 치며
울고 있다
누란
-과벽탄
고비는 오천리 사방이 돌밭이다. 윌씨가 망할 때, 바람 기둥이
어디선가 돌들을 하늘로 날렸다. 돌들은 천년만에 하늘에서 모래가
되어 내리더니. 산 하나를 만들고 백년에 한 번씩 그 들의 울음을
울었다. 옥문을 벗어너면서 멀리 멀리 삼장법사 현장도 들어으리.
-명사산
그 명사산 저쪽에는ㄴ 십년에 한번 비가 오고, 비가 오면 돌밭
여기저기 양파의 하얀 꽃이 핀다. 봄을 모르는 꽃, 삭운 백초련
서기 기원전 백이십년, 호의 한 부족이 그 곳에 호 천오백칠십
구 만사천백 승병 이천 구백십이 갑의 작은 나라를 세웠다.언제
시들지도 모르는 양파의 하얀 꽃과 같은 나라
누란,
흉노
도토리 나무 어깨가 떨리고 있다
정사 북적전
도토리는 음산 산맥 이쪽
만리장성 이쪽
시황제 발등에도 우수수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다람쥐야 다람쥐야 뭐가 그리 이상하냐
푸줏간 식칼은 뒤로 실컷 휘고
가도 가도 하늘은 황사빛이다
달이 뜨면 밤에는 늑대가 운다
왕소군의 달
잡목림 너머 양파들의 하얀 꽃 자갈밭을 지나 황토 진흙의
나직한 언덕을 지나면 조랑말의 눈이 두 개 흑하를 건너 번국을
지나면 노선우의 턱수염에 달린 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고드름
따다가 입에 넣으면 잡목림 너머 양파들의 하얀 꽃 자갈밭을 지나
늪으로 빠지는 황사빛 하늘 머나먼 하늘.
하늘을 보니 생각이 난다
누란
고비는 사막이 아니라
과벽탄이다
달밤에 늑대가 달린다
스웬 헤딘이 로브호의 사구에서 본 것은 귀인의 무덤이 아니라
달리는 늑대 뒷다리 부분의 화석이다 동체와 두부는 서북쪽을 바라고
구름처럼 뭉개지고 있다. 타림 분지 머나먼 하늘은 달과 밤 뿐이다
고비는 사막이 아니라
과벽탄이다. 십 년에 한 번
가을에 양파의 하얀 꽃이 핀다
화랑 M
바다는 없고 하늘만 있고
중앙아세아의 흉노의
선우가 가지고 온 하늘
억센 주먹도
말발굽 소리도 아닌
하늘,
열므 밤에는 성주 수박만한
달이 뜨고
달이 뜨면 늑대 한 마리
강 화백의 파스텔화처럼
바다 있는 쪽을 바라고
운다.
달기
흩어졌던 구름들이 다시 모여서
새로 하늘을 만들고 있었다
여우비가 내리던 날은
치자꽃이 피고
왕이 될 사나이가 가고 있었다
치자꽃 그늘 머나먼 은 나라로 안양으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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