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통과한 육체는 여유롭다
서안나
중국 여행 때 호텔 로비에서 보았던
누런 두꺼비 술
머슴 손바닥처럼 넓적하게 생긴 놈들이
술병 뚜껑이 열리면 여차 하고 튀어나갈 자세로
시선을 뚜껑을 향한 채 뒷발에 힘을 주고 멈춰있다
술병 안엔 죽음의 수위를 뛰어넘으려던
놈들의 생생한 뒷발길질이 가득 차 있다
손톱으로 술병을 툭툭 두드려본다
삶의 손길은 죽음의 두께를
쉽사리 통과하지 못한다
웬만하나 소리는 이미 익숙해졌다는 듯
초연하게 한 곳만을 바라보고 있다
졸린 듯한 두꺼비 눈동자들
시선들이 제 각각 다른 죽음의 각도들을 지니고 있다
죽음을 받아들여 불로장생을 터득한 놈들
죽음을 통과한 육체는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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