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죽음을 통과한 육체는 여유롭다/서안나

김욱진 2013. 12. 29. 13:26

     

     죽음을 통과한 육체는 여유롭다

   서안나

 

 

중국 여행 때 호텔 로비에서 보았던

누런 두꺼비 술

머슴 손바닥처럼 넓적하게 생긴 놈들이

술병 뚜껑이 열리면 여차 하고 튀어나갈 자세로

시선을 뚜껑을 향한 채 뒷발에 힘을 주고 멈춰있다

술병 안엔 죽음의 수위를 뛰어넘으려던

놈들의 생생한 뒷발길질이 가득 차 있다

 

손톱으로 술병을 툭툭 두드려본다

삶의 손길은 죽음의 두께를

쉽사리 통과하지 못한다

웬만하나 소리는 이미 익숙해졌다는 듯

초연하게 한 곳만을 바라보고 있다

졸린 듯한 두꺼비 눈동자들

시선들이 제 각각 다른 죽음의 각도들을 지니고 있다

죽음을 받아들여 불로장생을 터득한 놈들

죽음을 통과한 육체는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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