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덩이 어머니
이경림
병들어 돌아가신 어머니를 묻으려고 구덩이를 팝니다 구덩이 속에는 맨땅에 배를 대고 구데기 한 마리 기어갑니다 구덩이의 캄캄함과 구덩이의 축축함과 구덩이의 후미짐을 이고 구데기만의 뽀얀 하늘을 지고 온 몸으로 기어갑니다 인부들, 그 위에 어머니를 내려 놓습니다 그 위에 흙을 뿌리고 돋우고 다집니다 크고 작은 뽀얀 구덩이 둘을 품은 한 길 구덩이가 수북하게 봉분이 되기까지 이 하루 멀고 멉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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