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의 꿈도 아닌
박소유
강아지가 한 시간 째 갈비를 뜯고 있다
물고 뜯고 흔들어도 살 한 점, 떨어지지 않는데
아직도 모른다 속고 있는 걸
애인 손잡고 한참을 걸어왔는데
잡고 있던 손이 빨간 고무장갑이다
속이 텅 비어 있어
그동안 무얼 잡고 왔나, 궁금하기도 했는데
뒤집어 쓴 치마 속 같다
아른아른 뭔가 있을 듯한데 아무것도 없는,
가짜 갈비를 한사코 놓지 않으려는 강아지가
한 점 입안에 들어올 것 없는 생을
맛있는 척 물고 뜯고 흔들어 보는, 그 속을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고무장갑 탁탁, 털어 삶은 빨래 할 동안
뒷골목놀이에 내가 술래였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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