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양지바른 사월의 향기로운 날에

김욱진 2013. 12. 29. 13:57

 

  양지바른 사월의 향기로운 날에

  허만하

 

 

 

양지바른 사월의 향기로운 날에

우리네 한 평 남짓 꽃밭을

우리 함께 다사롱누 금빛 햇살로 가꾸리

겨울의 묵은 기침을 갈아 일구고

나무마다 단단하게 뻗은 허무의 촉각도 잘라주고

깜박 잊을 뻔했던 한줌의 추억

호박씨처럼 듬뿍 묻어 싹을 틔워야지

깊은 하늘 차지하는 새들 모아

미움도 비밀도 훨훨훨 함께 날려 보내고

정성껏 우리 함께

안식의 등불 하나 장만한 뒤에

먼 바다 끝으로 세월도 없이

방황하는 고달픈 바람들 수소문하여

위네 한평 남짓 꽃밭 사랑채에서

넉넉히 쉬게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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