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녹비/정일근

김욱진 2013. 12. 29. 15:55

                                 녹비

                                 정일근

 

 

 

자운영은 꽃이 만발했을 때 갈아 엎는다

붉은 꽃이며 푸른 잎 싹쓸이 하여 땅에 묻는다

저걸 어쩌나 저걸 어쩌나 당신이 탄식할지라도

그건 농부의 야만이 아니라 꽃의 자비다

꽃 피워서 꿀벌에게 모두 공양하고

가장 아름다운 시간에 자운영은 땅에 묻혀

땅의 향기롭고 부드러운 연인이 된다

그래서 자운영을 녹비라고 부른다는 것

나는 은현리 농부에서 배웟다, 녹비

나는 아름다운 말 하나를 꽃에게서 배웠다

그 땅위에 지금 푸른 벼가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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