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날의 잔상1
퉁퉁 부르튼 종아리에
찰거머리 서너 마리 빚쟁이처럼 달라붙어
떼를 써도 그저 아무 일 없는 양
막걸리 한 사발 쭉 들이키시는 당신
삭은 밀짚모자 푹 눌러쓰고
지렁이 굼벵이 더부살이하는
구불구불한 밭뙈기 고랑을
빚쟁이 엎듯 줄줄 갈아엎으시는 당신
순사 눈길보다 더 따가운
자식 놈 월사금 마련하기 위해
온 동네 헛소문마저 팍팍 물어뜯는
옆집 입 싼 할미 눈치 보며
몰래 뒷간에 버텨둔
물오른 장작 한 짐 짊어지고
콩깍지 타다 남은 굴뚝연기 속으로
풀풀 날아가는 까치울음소리
지게꼬리 끝에 매달아
시장기 때우며
헐벗은 시오리 길 오르시는 당신
구슬땀 받아먹은
외진 흙 길만 배가 부르다
고등어 한 손, 웃음 한가득 지고
삽짝으로 걸어 들어오시던 아버지
살수록 짠해오는
* 삽짝 : 잡목의 가지로 엮어 만든 문짝으로 사립짝이라고도 함
(2007 대구문학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