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밤
일제시대 처녀 공출 바람에
열여섯 어린 나이로
안동김씨 종갓집에 시집와
서른이 다 되도록
씨받이 아들놈 하나 못 낳은
울 어매
시조모 제삿날
밥 한술 지어 올리려고
시렁 위에 얹어둔
쌀 한 됫박 몰래 퍼 들고
용하다는 점쟁이 찾아가
댓잎 휘두르는 친정할미
혼 앞에서 애걸복걸하다
문살에 기댄
고양이 울음소리
아가처럼 업고
집으로 되돌아오던 밤
(시인정신 2005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