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가난한 날의 잔상1 

김욱진 2010. 5. 23. 22:39

   가난한 날의 잔상1 

 

 

 

퉁퉁 부르튼 종아리에

찰거머리 서너 마리 빚쟁이처럼 달라붙어

떼를 써도 그저 아무 일 없는 양

막걸리 한 사발 쭉 들이키시는 당신

삭은 밀짚모자 푹 눌러쓰고

지렁이 굼벵이 더부살이하는

구불구불한 밭뙈기 고랑을

빚쟁이 엎듯 줄줄 갈아엎으시는 당신

순사 눈길보다 더 따가운

자식 놈 월사금 마련하기 위해

온 동네 헛소문마저 팍팍 물어뜯는

옆집 입 싼 할미 눈치 보며

몰래 뒷간에 버텨둔

물오른 장작 한 짐 짊어지고

콩깍지 타다 남은 굴뚝연기 속으로

풀풀 날아가는 까치울음소리

지게꼬리 끝에 매달아

시장기 때우며

헐벗은 시오리 길 오르시는 당신

구슬땀 받아먹은

외진 흙 길만 배가 부르다

고등어 한 손, 웃음 한가득 지고

삽짝으로 걸어 들어오시던 아버지

살수록 짠해오는

 

 

          * 삽짝 : 잡목의 가지로 엮어 만든 문짝으로 사립짝이라고도 함

 

 

 

               (2007 대구문학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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