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이자규
넌 하늘 난 땅, 아니 내가 하늘 너는 땅
요철식의 체위 변경하는 바람을 석공이 받아 정으로 치면 칠수록 드러나는 오목과 볼록 무수히,
돌들의 짝짓기로 세워졌을 담벼락
휘영청 속내를 미리 알아 고요가 경이를 앉히고 돌담에 왕사마귀 한 쌍이 달빛을 모시고
평생 단 한 번 사랑을 위해 살아온 생명이고 등에 올라탄 수컷 머리부터 암놈의 포식은 시작되고
수컷의 머리가 다 먹힐 때까지 교미는 멈추지 않고 그 힘으로 산란을 끝낸 절정 최후의 암놈이고
빈 알집을 끌고 천천히 돌 속으로 기어가고 해 뜨지 않은 날의 저녁엔 만삭의 달이 뜨고
그가 사라진 돌의 틈새가 폴폴 날린다
눈 없고 귀 없는 돌담은 몸이 한층 커졌다
생각의 뼈로 서서 무덤이고둥지인 대지의 표상, 돌은 세상의 부모 닮은 내력을 날개와 알 이전에
이미 알았을 터
더욱 견고해진 돌은 교미를 풀지 않는다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몰 앞에서/유홍준 (0) | 2015.11.17 |
---|---|
돌지 않는 풍차/송찬호 (0) | 2015.11.15 |
밥에 대하여/이성복 (0) | 2015.11.10 |
담쟁이/도종환 (0) | 2015.11.07 |
무등을 보며/서정주 (0) | 2015.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