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돌지 않는 풍차/송찬호

김욱진 2015. 11. 15. 14:03

    돌지 않는 풍차

      송찬호

   

 

 

그는 일생을 노래의 풍차를 돌리는

바람의 건달로 살았네

그는 때때로 이렇게 말했네

풍차가 돌면 노래가 되고

풍차가 멈추면 괴물이 되는 거라고

 

그는 젊어서도 사랑과 혁명의 노래로

풍차를 돌리지는 못했네

풍차의 엉덩이나

허리를 만지고 가는

바람의 건달로나 살면서

 

바람 부는 언덕에서 덜컹거리는 노래의 풍차는 쉼 없이 돌았네

그는 병들고 지쳐 망가져가는 풍차에게

이렇게도 말했네

멈추지 말게,

여기서 멈추면

삶은 곧 괴물이 되는 거라네

 

그러나 생은 때로 휴식이 있어 아름다운 것

돌지 않는 풍차,

그의 노래는 끝났네

바람은 벌써 그의 심장을 꺼내 가고

그의 지갑에는 피 한 방울 남아있지 않네

 

 

                         —『시와 표현』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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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등단. 시집『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10년 동안의 빈 의자』『붉은 눈, 동백』『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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