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환해진 방/배산영

김욱진 2015. 11. 25. 14:58

   환해진 방

      배산영

 

 

 

 

의자 위에 까치발로 서서

전구를 갈아 끼우는 아버지.

 

낡은 구두 속에 감춰져

보이지 않던

하얗게 굳은살 박인

알전구 같은

아버지의 발뒤꿈치가 보인다

 

지금까지 어두운 골목길을

얼마나 걸으셨으면.

 

우리의 방을 밝혀 준 건

저 천장의 전구만이 아니었구나.

침침했던 방이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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