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일몰 앞에서/유홍준

김욱진 2015. 11. 17. 15:33

            일몰 앞에서 

                      유홍준

 

 

 

저 일몰 끝에

 
발목을 내려놓은 그가 앉아 있다

 
눈멀고 귀멀어 그는 아무리 소리쳐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와 나는 시소 타는 사람 같고

 
해와 달 같아서

 
누가 먼저 궁둥이를 털고 일어나면 툭 떨어진다, 하늘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해와 달을

 
'시소 타는 남녀'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 시집『저녁의 슬하』(2011. 창비)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쓸쓸함의 비결/박형권  (0) 2015.11.27
환해진 방/배산영  (0) 2015.11.25
돌지 않는 풍차/송찬호  (0) 2015.11.15
동/이자규  (0) 2015.11.10
밥에 대하여/이성복  (0) 2015.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