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담쟁이/도종환

김욱진 2015. 11. 7. 21:55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도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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