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휴양림에서
포로된 학도병처럼 가슴에 이름표 달고
숲 속에 에워싸인 어린 단풍나무 몇 그루
수 천 볼트 흐르는 전선줄을 온몸에 휘감고
밀려드는 어둠 밀어내며 언덕배기 줄지어 서 있다
낯선 땅에 뿌리내리고 살려는
저 어린 것들에게 누가 오랏줄 걸쳐놓고 갔나
손발이 저려 와도
기지개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새벽 숲길 따라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을
발자국소리만 애타게 기다리는 눈빛
그 어디서
저토록, 뜨겁게 날 바라보는 이 있을까
이산가족처럼 분단의 한 가득 서린
비슬산 자연휴양림에서
날이 새도록 나는
반딧불이와 함께 초병 노릇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