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사계

자연휴양림에서

김욱진 2010. 5. 21. 20:06

      자연휴양림에서

 

 

 

 

포로된 학도병처럼 가슴에 이름표 달고

숲 속에 에워싸인 어린 단풍나무 몇 그루

 

수 천 볼트 흐르는 전선줄을 온몸에 휘감고

밀려드는 어둠 밀어내며 언덕배기 줄지어 서 있다

 

낯선 땅에 뿌리내리고 살려는

저 어린 것들에게 누가 오랏줄 걸쳐놓고 갔나

 

손발이 저려 와도

기지개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새벽 숲길 따라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을

발자국소리만 애타게 기다리는 눈빛

 

그 어디서

저토록, 뜨겁게 날 바라보는 이 있을까

 

이산가족처럼 분단의 한 가득 서린

비슬산 자연휴양림에서

 

날이 새도록 나는

반딧불이와 함께 초병 노릇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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