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용한 혁명

연등

김욱진 2016. 11. 9. 18:31

                    연등

   

봄눈 활짝 뜨고 보니

지난 가을 은행 알 빼곡 매달렸던 자리

연등이 줄지어 달렸다

등에 분홍색 녹색 연꽃이 피었다

남의 등에 꽃 피우고 사는 곳

한 生 머물러 봤으면

아니, 그 법당에서

등 공양 인연 한 번이라도 지었으면

수 겁의 천생연분이겠다

연꽃과 동거 중인 은행 이파리

파릇파릇 동자승 눈망울 같다

부처에게 돌아가 의지하는 나무

나무南無*의 화신이요, 법신일세

부처님 오신 날

길거리 등 하나 내걸지 못한 부처

연등 행렬 꽁무니

흰 지팡이 짚은 노보살 등에다

부적 같은

천 원짜리 종이 돈 한 장

           풍등처럼 달아놓고 갔다  

  

         *나무南無:부처에게 돌아가 의지한다는 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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