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
봄눈 활짝 뜨고 보니
지난 가을 은행 알 빼곡 매달렸던 자리
연등이 줄지어 달렸다
등에 분홍색 녹색 연꽃이 피었다
남의 등에 꽃 피우고 사는 곳
한 生 머물러 봤으면
아니, 그 법당에서
등 공양 인연 한 번이라도 지었으면
수 겁의 천생연분이겠다
연꽃과 동거 중인 은행 이파리
파릇파릇 동자승 눈망울 같다
부처에게 돌아가 의지하는 나무
나무南無*의 화신이요, 법신일세
부처님 오신 날
길거리 등 하나 내걸지 못한 부처
연등 행렬 꽁무니
흰 지팡이 짚은 노보살 등에다
부적 같은
천 원짜리 종이 돈 한 장
풍등처럼 달아놓고 갔다
*나무南無:부처에게 돌아가 의지한다는 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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