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조용한 혁명

달맞이꽃

김욱진 2016. 11. 9. 18:49

  달맞이꽃

 

  

지난 여름 칠레에서 귀화한 옆집 여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므라들었다

밤만 되면 겨드랑이 활짝 벌리고

달맞이하러 나가는 그 여자 이사 오고부터   

늙은이들만 소복 모여 사는 달성공원 뒤편

달동네 골목 엄청 밝아졌다

바람 앞에 달달 떨던 홀아비 박씨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푹 떨어졌고 

비만에다 혈압까지 올라

밤일 한 번 제대로 못하는 이씨 부부도

당뇨병에 늘 허기져 골골하는 김씨 영감도

혈색이 좋아졌다

달맞이꽃 앞에서 대놓고 바람 피워도

소문날 염려 없는 달동네 영감들

살판났다 살판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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