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매미/황동규

김욱진 2018. 8. 9. 09:16

               매미

                        황동규

 

 

저 매미 소리

어깨에 날개 해달기 위해 십여 년을 땅속에서 기어다닌

저 매미의 소리

어깨 서늘한,

나도 쉰 몇 해를 땅바닥을 기어다녔다

매년 이삿짐을 싸들고

전셋집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꿈틀대며 울기도 고개 쳐들고 소리치기도 했다.

어두운 봄꽃도 환한 가을산도 있었다.

이제 간신히 알게 된 침묵,

쉰 몇 해 만의 울음!

 

     시집 '꽃의 고요'(문학과 지성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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