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수상한 시국-코로나19

김욱진 2020. 4. 10. 15:07

수상한 시국-코로나19

김욱진

 

 

정체불명의 능력자다

그는 사교적이고 때로는 치밀하고 대범하다 

흡사 신종 다단계 회사를 차린 유령 같다

치고 빠지는 수법이 신출귀몰하다

눈 깜짝할 사이 훔치고 이간질하고

아무데나 달라붙어 떼쓰고 시비 걸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기꾼 같다

어눌한 척하면서 할 말은 다하고

수줍은 척하면서 할 짓은 다하는

반갑잖은 손님이다

말이란 말에는 다 끼어들고

소문이란 소문은 다 퍼뜨리는 

슈퍼 바이러스 전파자다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객기를 부리나 싶다가도 

밥 먹을 때나 차를 타고 달릴 때나

혼자 있을 때나 여럿 있을 때나

심지어 정신병동까지 스며드는 걸 보면

인간시장 간보러 온 염탐꾼 같다

출퇴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나는 그와 인사를 나누고

마스크 사러 약국 앞 줄서있다가도

그의 보이지 않는 손을 덥석 잡는다

금세 나는 숙주, 그는 바이러스

나와 그의 거리는 한 호흡 사이

있어도 보이지 않는 그곳

허깨비처럼 끄달려 돌아다니는 

그곳에서 나는 그를 보았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그가 언제, 어디서, 무엇 하러, 왜,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물어볼 겨를조차 없다

생과 사 사이, 나는 숨바꼭질하고 있는 중

 

(2020 웹진 시인광장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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