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반
모처럼, 미수米壽를 바라보는 어머니가 손수 장만한 칼국수
온 가족이 두레반에 둘러앉아 후루룩 소리 내어 먹는다
주물럭주물럭 반죽한 밀가루 안반 위에다 올려놓고
풍진 세상 모퉁이 돌고 돌아
홍두깨로 모난 녀석 볼 한 번 더 비벼주며
키 몸무게 자로 재듯 빚은 손칼국수
어머니 손맛이 절로 느껴지는 저녁이다
바른손 새끼손가락이 불쑥 튀어나올 상 싶으면
약지 중지 손구락은 원을 그리며 다독이고
왼손 엄지 중지에 지그시 힘 실어주는 어머니의 손끝은
섬섬옥수다
둥근 세상 일궈가는 어머니 손놀림 어깨 너머로 훔쳐보며
우리 칠남매는 저마다 한 가락씩 하는 손가락을 내밀고
겻불에 국수 꼬랑지 구워 나눠먹는 법 익혔다
그러는 사이, 바람에 밀리고 밀린 안반은 헛간으로 밀려나버렸고
한평생 국수만 밀어댄 홍두깨는 부지깽이처럼 가늘어졌다
밀고 당기는 게 뭔지도 잘 모르는 국수 꼬랑지 녀석들은
제 앞길 틔운다며 이곳저곳 떠밀려 다니기 일쑤
세상은 어느새 우리 가족을
두레반 밖으로 제각기 밀어내고 있는 이 마당
한복판에다 나는 어릴 적 둘둘 말아뒀던 멍석을 깔고
마누라는 어머니 대를 이어 국수를 밀고
아이들은 마당 가 피워둔 모깃불 옆에서
앵앵대는 모기처럼 눈물 훔치며 국수 꼬랑지 구워먹고
저 하늘 별들은 손칼국수 국물에 반짝반짝 빛나는 양념 듬뿍 뿌리며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한여름 밤, 저녁은 별미겠다
(죽순 5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