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돌부리 / 최승호

김욱진 2020. 7. 29. 14:37

돌부리

최승호

 

 

넘어져도

흙 묻은 손을 툭툭 털고 일어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던 길을 그냥 가는 사람은

너그럽고 슬기로운 인물이다

폐금광 가는 길가에

큰 부채처럼 늘어서 있던 포플러

그 나무 그림자들 틈에 끼여서

내 그림자도 덩달아 길어지던 해 질 녘에

느닷없이 발을 걸어

나를 넘어뜨렸던 돌부리

땅 위로 부리를 뾰족하게 내놓고

시치미를 떼던

 

돌!

돌인데 어찌하랴

그걸 땅에서 파내 허공으로 던진다 한들

날개 없는 돌을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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