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리
최승호
넘어져도
흙 묻은 손을 툭툭 털고 일어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던 길을 그냥 가는 사람은
너그럽고 슬기로운 인물이다
폐금광 가는 길가에
큰 부채처럼 늘어서 있던 포플러
그 나무 그림자들 틈에 끼여서
내 그림자도 덩달아 길어지던 해 질 녘에
느닷없이 발을 걸어
나를 넘어뜨렸던 돌부리
땅 위로 부리를 뾰족하게 내놓고
시치미를 떼던
돌!
돌인데 어찌하랴
그걸 땅에서 파내 허공으로 던진다 한들
날개 없는 돌을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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