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머잖아 누군가에게 나눠 줄 집 있다
쪽방 몇 칸과 시상에 번진 피 한 방울
사랑의 바이러스가 속살처럼 되살아나는 그 순간까지
제일 꼭대기 층엔 골방 둘
그 아래층은 오감五感이 자동으로 감지되는
초능력 통신망 닥지닥지 붙은 방 다섯
거기서 숨 한번 길게 들어 쉬고 내려서면
마주 보고 마음 나누는 방이 둘
그 아래 밥집 한 채 또 그 아랜 똥집
맨 아래층엔 몸종 거처하는 행랑채 둘,
빈집,
문풍지 같은 기억 꿀꺽 집어삼킬 바람 오기 전에
불쏘시개 할 솔가지나 몇 주워 와
군불 그득 지펴 두고
싸늘해오는 나를 가만 들여다보라, 잠시나마
(2010 시문학 12월호)